[경제시평] 이탈리아의 중소기업 생태계 유료기사 1,000원

2015-07-14 11:36:42 게재
 

세월호와 메르스사태는 사상누각의 부실한 국가시스템 작동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시장경제 작동의 윤활유인 신뢰자산이 붕괴되면 공동체가 얼마나 피폐화되는지를 생생하게 목격했다.

중국 증시의 버블붕괴와 세계경제의 침체 현상, 일본 기업의 경쟁력 회복으로 한국 경제의 버팀목이었던 수출까지 부진하여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우리 경제가 본격적인 저성장 기조로 빠져들지 않나 하는 우려가 현실화되는 상황이다. 특히 소상공인을 비롯한 중소기업들은 쏟아지는 직격탄을 맞고 더 이상 버텨내기기 힘들게 되었다.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한 시점이다.

중소기업을 지식창조시대의 성장동력으로 새롭게 일으켜 세우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정부가 추경을 편성하여 경제를 살려보려고 애쓰고 있지만 시장이 작동하지 않는데 고전적 방식으로 돈만 푼다고 효과가 있을까. 연목구어가 될 우려가 크다.

중소기업들이 융합창조력을 극대로 발휘할 수 있도록 시장 작동기제를 바꿀 필요가 있다. 특히 우리 한국처럼 신뢰자산이 붕괴된 경우에 이를 제도적으로 보완해 주는 것이 시급하다.

그동안 우리 정부는 산업융합촉진법을 제정하는 등 국가적인 융합창조력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정책적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융합창조를 통한 성장 동력의 확보는 요원하기만 하다.

융합창조력 극대화시키는 체계 필요

한국이 벤치마킹할 수 있는 융합창조의 성공사례로 몇 가지를 들 수 있다. 엔젤과 벤처캐피탈(VC)의 중핵 역할을 중심으로 성장한 실리콘밸리, 지역에 기반한 개방적이고 수평적인 분업을 통해 성장한 일본의 교토 등은 이미 잘 알려진 사례다.

반면 산업클러스터와 장인정신을 바탕으로 네트워크 거래계약법까지 가미한 이탈리아 중소기업 생태계는 생소한 편이다. 이탈리아는 우리 한국처럼 반도국이어서 국민적 성향도 비슷한데 그동안 사회적 신뢰자산이 많이 허물어진 상황에 봉착했다.

이런 이탈리아가 중소기업의 융합창조 생태계 구축을 위해 새롭게 도입한 제도가 '네트워크 거래계약법'이다. 중세 이래 길드제도를 통해 소상공인들의 자발적 협력과 공존 그리고 세계진출 전략을 도모해 온 모범국가다운 발상이다.

네트워크 거래계약법은 2009년 소규모 중소기업 중심의 기업 환경의 애로를 극복하고 국제 경쟁력을 높이고자 하는 목적으로 제정되었다. 이 법의 기본구성은 '네트워크 계약의 법률적 정의, 네트워크 계약의 참여기업의 범위, 네트워크 계약이 포함하여야 할 사항, 기타 타 법률과의 충돌 해결 및 타 법률 인용관련 사항'으로 되어 있다.

2012년 7월 기준 네트워크 계약 412개, 참여기업 2136개, 참여지역 19도(regions) 및 97군(provinces)에 이른다. 참여기업의 성장률은 2011~2012년 기준 34%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네트워크 거래계약에 참여하는 기업에게는 조세 및 금융 등 다양한 지원이 제공된다.

'신뢰'라는 사회적 자산 보완하는 역할

한국도 중소기업 간 협력을 통한 공동 기술개발, 공동 마케팅, 공동 상표개발 등 다양한 정책을 마련, 시행해왔다.

그러나 신뢰라는 사회적 자산의 부족으로 대부분의 정책이 그 성과를 거두는 데 한계를 보이고 있다. 늦었지만 한국 사회에 가장 부족한 신뢰자산을 제도적으로 보완하는 핵심적인 기제로 이탈리아식의 '네트워크 거래계약법'의 도입 및 제정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것을 제안한다.

나도성 한성대 교수, 지식서비스&컨설팅대학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