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혁신전문기업통신(나도성의 일요편지) 304>

 

혁신전문기업실용학회 회원여러분,

 

3월도 마지막 주로 접어들었습니다. 3년이 다된 지금에야 세월호가 차가운 바다에서 인양되었습니다. 300여명의 희생자를 내었고 특히 아직 꽃피지 않은 어린 학생들이 대다수여서 오늘을 책임지는 세대들이 후대에게 너무나 큰 실망과 피해를 준 사건입니다. 더구나 세월호 사고는 우리 한국사회 구석구석 까지 뻗쳐있는 무사안일, 무책임, 무의식의 현주소를 적나나하게 보여주었습니다. 아직도 세월호 사태의 원인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시원스런 대답을 들어 볼 수 없는 상황이 더욱 안타깝습니다.

 

세월호 사태와 같은 불행한 일이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는 우리 국가사회 전반의 근원적 시스템 개조와 함께 국민 한사람 한사람의 공동체에 대한 책임의식 회복이 절실합니다. 그러나 현실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무엇하나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는 모습은 보이지 않습니다. 오로지 정치적 이해 득실 따지기와 집단 간의 명분과 이념 다툼만이 가열차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왜 우리 한국은 이처럼 대형 재난을 맞으면서도 그 사건을 통해 지혜와 통찰 그리고 위기대응 역량을 높여나가지 못할까요.

 

오늘 저는 오랜만에 선배동료와 함께 운동을 다녀왔습니다. 이것저것 세상 돌아가는 애기를 하다 보니 2011915일 이명박정부 때 발생한 대규모 정전사태를 거론하게 되었습니다. 전기는 수요와 공급와 실시간으로 맞아 떨어져야 됩니다. 일반상품처럼 전기는 재고를 저장해 놓았다가 수요가 급속히 늘면 공급할 수 있는 상품이 아닙니다. 항상 실시간으로 전기를 생산해서 곧바로 공급해야 전력계통이 무너지지 않고 돌아가는 상품입니다. 전력에 대한 수요는 여러분 잘 알다시피 그 기복이 심합니다. 특히 여름철 더위가 심해지면 냉방수요가 급증하여 전력수요가 피크에 도달해서 매년 정부는 전력 수급조절에 애를 씁니다. 이러한 피크타임 전력 수요의 급증에 대비해서 전기를 발전하는 발전소를 평균 전력수요에 비해서 20%가까이 더 지어서 예비로 확보해 놓게 됩니다.

 

그런데 문제는 발전소는 항상 풀로 가동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일정기간이 되면 운행정지를 통해 정비를 하게 됩니다. 그런데 여름철 피크타임에 운행정지 발전소가 많아지게 되면 전력 예비율은 낮아지게 되고 갑자기 전력수요가 늘게 되면 전력공급에 부족이 생길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정부는 전력 공급부분에서 뿐만 아니라 소비부분에서도 에너지 소비절약 등 전력소비를 줄이기 위한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입니다. 그런데도 전력 수요가 너무나 급증하게 되거나 전력 공급부문에서 차질이 발행하는 경우 전력 수급에 불일치가 발생할 수 있고 더 나아가 국가적인 전력계통의 블랙아웃 사태가 초래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경우에 대비하여 전기를 사고파는 전력거래소에서는 불가피한 경우 매뉴얼에 따라 강제로 우선순위별 전력공급을 차단하는 조치를 취하게 됩니다. 이러한 경우가 바로 2011915일에 아파트라든지 상가 그리고 엘리베이터 운행중단 등의 정전조치로 나타났습니다. 만약 이때 전력거래소가 전력 수급상황이 비상상황으로 진행되고 있는데도 우물쭈물하다가 매뉴얼에 따른 정전조치를 소홀히 하게되면 전국적인 전력 블랙아웃 상황에 도달하게 됩니다. 그야말로 전력대란이 발생하게 되는 것입니다. 전력은 소비가 공급을 다소 넘어서더라도 곧바로 전체 시스템이 중단되는 것이 아니지만 전력의 품질이 조금씩 나빠지다가 일정 임계점에 도달하면 전국적 블랙아웃이 되게되어 전력대란이 초래되게 됩니다.


2011915일에 발생한 정전사태는 전국적 블랙아웃 사태를 예방하기 위해서 전력거래소 실무자들이 매뉴얼에 따라 책임 있는 조치를 취한데서 나타난 현상입니다. 그런데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권에서는 일부 국민들의 불만을 잠재우고자 정치적 이해관계를 앞세워 전력거래소의 단전조치를 질책하고 그 당시의 염명천 이사장에 대해 책임을 물어 사표를 받았습니다. 국가적인 전력대란을 방지한 공로를 인정하여 포상을 하기는 커녕 이렇게 책임 있는 조치를 취하는데 앞장선 전력거래소 임직원에 대해서 중죄인시 하고 죄를 물었습니다. 저는 전력거래소의 단전을 위한 매뉴얼이 만들어진지가 오래되어 그 당시 국가경제에서 우선순위가 충분히 반영되지 못했다는 점은 지적합니다. 그러나 그러한 매뉴얼을 만드는 과정에서도 정치권은 힘 있는 대기업들의 로비에 휘둘리기 십상입니다. 그 결과 힘없는 서민들이 주로 영향을 받은 아파트나 상가를 우선 단전하고 산업계에는 손대지 못하도록 앞장섭니다. 그리고 전력거래소가 발 빠른 조치를 취하면 그때는 정치적 표를 의식해서 앞장서 이들을 질책하는 것입니다. 이러니 누가 책임지고 자기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여 문제를 해결하려 하겠습니까. 가능하면 엮이지 않고 지나가는 것이 상책이라고 행동하는 것입니다.

 

세월호 사태는 바로 이러한 한국적 책임 있는 행동이 취하지 못하도록 막는 무책임 시스템의 종합판입니다. 300여명의 젊은 생명이 사라져 가는데도 자기할일에 최선을 다한 그 어느 조직 하나 존재했습니까.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권과 힘 있는 기관에 보고나 접대는 열심히 하고 책임질 일에는 규정이나 예산, 기능을 핑계 되면서 어떻게든 피해나가지 않았습니까. 세월호 위기상황에 봉착해서 침몰한다면 그 상황에서 가장 시급하고 중대한 문제가 무엇일까요. 인명구조가 바로 그 알파요 오메가입니다. 그런데 침몰해 가는 배에서 인명구조의 책임은 과연 누가 지고 수행해야 하나요. 배의 운명을 담당하는 자는 바로 선장이라 할 것이며 현장 상황을 관할하는 자는 관할 해경청장이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한 사람은 자기 살려고 빤스 바람으로 도망가고 또 다른 한 사람은 이곳저곳 보고하느라 바쁘면서 본인의 핵심 임무인 인명구조에는 소홀했습니다. 9.11 테러 때 미국의 테러현장과 세월호 사태 때 한국의 현장이 달랐던 점은 바로 이 부분에 있습니다. 현장을 책임지는 책임자가 스스로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작동되는 미국 시스템과 책임 회피를 위해서 윗선 보고와 접대에 주안을 두는 한국 시스템이 극명하게 대비됩니다. 미국적 실용주의 문화와 한국적 명분과 이념중시 문화의 차이이기도 합니다.

 

이명박 정권 때의 국가적인 전력대란을 예방한 전력거래소 임직원들의 책임 있는 현장조치가 국가적 성공사례로 기록되지 않고 세월호 당시의 현장조치 실패사례가 미래의 국가적 재난 예방을 위한 경고사례로 기록되지 않는 오늘의 현실을 직시해야 합니다. 다가올 대선에서는 현장의 책임자가 스스로 책임을 지고 제 역할을 다할 수 있는 국가적 시스템을 구축하는데 앞장서는 지도자가 꼭 등장하길 기대해 봅니다.

 

혁신전문기업실용학회 회원 여러분,

그럼 오늘도 이만 줄이겠습니다. 여러 감사합니다.

 

2017. 3. 26 운봉 나 도성